건강백과사전

제목: 기억과 기억상실증

날짜 :: 2004-04-02
전화번호 :: 외래 033-240-5174
출처 ::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 기억이란
현실을 살아가는데,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고,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저장했다가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억이다. 이 저장된 정보 즉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감각정보와 어우러져 문제해결과 창조적 반응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억의 과정은 등록, 저장 및 회상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이중 한 부분이라도 결손이 생기면 기억장애가 나타난다.

▣ 기억의 구조와 종류
기억과 관련된 해부학적 구조는 뇌의 측두엽 내측에 있는 해마, 편도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간뇌와 유두체 등의 변연계와 상향망상체 등이 관련된다. 특히 기억을 부호화 하는 작업은 주로 해마에서 이루어진다. 뇌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기억의 등록에 작용하여 기억능력을 향상시킨다. 노인성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들의 대부분은 이 물질의 분해를 억제하여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억은 시간별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단기기억은 잠깐 동안 정보가 보존된 상태로 부호화(encoding)되어 저장되기 전까지를 말하며, 짧은 신경회로를 구성하여 이것이 활성화됨으로써 유지된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되는 과정에는 반복수행, 연습 등을 통하여 저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장기기억은 수 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기억의 저장은 정보를 부호화 하는 분자들의 일정한 연결과정, 즉 RNA가 관련된 단백질 합성이나 신경접합 구조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기억의 장애에는 기억상실증 외에도 기억항진, 기억착오 등이 있다. 기억항진증은 특정의 정서와 관계되어 있으며, 특정기간이나 특정사건에 대한 경험에 한정되어 지나치게 상세한 기억을 하는 경우로 조증, 편집증, 긴장증 등에서 볼 수 있다.

▣ 기억상실증과 건망증
기억상실증은 기억불능 상태를 말하며,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것은 기억 등록이 안 되거나(알코올중독증, 두뇌손상), 콜사코프 증후군처럼 저장이 오래가지 못해서 온다. 전반적인 수준에서 기억상실이 오며 발병이 점진적이고 회복한다 해도 불완전하다.

심인성 건망증의 경우는 등록과 저장은 정상이나 회상이 안 되는 것으로 내면적으로 방어나 회피의 능동적 목적이 있을 때 나타난다. 의식이 명료하며 선택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일어나고 일정기간에 국한되며, 어떤 사건 후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갑자기 회복하며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 술 취했을 때 행동을 깨어난 후 기억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술 취한 상태에서는 기억의 등록이 안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한 의식장애 시점을 중심으로 회복 이후의 상당기간 동안 회상하지 못하는 경우를 '상행성 건망증'이라고 하고, 사고 이전의 일정기간 동안까지도 회상을 하지 못할 때 '역행성 건망증'이라고 한다. 권투선수가 승리의 순간에 얼떨떨해서 자신이 어떻게 싸웠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머리에 펀치를 맞은 후 일어나는 상황이므로 상행성 건망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을 회복하는 경우 그 순서는 사고의 순간에 근접한 일부터 되살아난다.

기억의 착오란 무의식적으로 잘못 기억을 하는 것으로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노인이나 콜사코프 증후군처럼 망각한 부분에 대해 내용을 꾸며대기도 하는데 이를 '작화증'이라고 한다. 실제로 환자 자신도 그렇게 믿는다. 유사하게 회상착오가 있는데 이때는 강한 무의식적 동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잊어버리거나 왜곡하여 기억하는 경우이다.

▣ 기억 관련 질환들
전형적인 기억관련 질환에는 기질적 원인에 의한 정신지체와 치매 등이 있으며, 심리적인 쪽에서 해리성 기억상실과 둔주(fugue) 등이 있다. 정신지체는 유전 또는 선천적으로 지능발달이 제한되어 나타나는 경우이며, 그에 반해 치매는 후천적인 뇌기능 장애로 인하여 지능이 저하된 경우이다.

① 해리성(解離性) 기억상실
심인성 기억상실이라고 불리던 장애로 사춘기나 청년기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미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중요한 정보를 갑자기 회상하지 못하는 장애이며, 대개 스트레스가 심했거나 상처가 컸던 사건에 대한 기억 등을 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에 대한 학습은 잘 이루어지며, 치매와 달리 일반적 지식은 잘 유지되고 있어 생활에 지장은 없다. 학습은 그 시점의 상황에 따라서 기억이 잘 되기도 한다. 따라서 고통스럽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던 사건 당시의 감정이 일상을 크게 벗어나면 그 상태에서 학습한 정보는 기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전쟁터에서 기억 상실은 당장의 불안을 회피할 수도 있으며, 후방으로 후송될 수도 있는 이익이 있다. 급하게 발병하고 급격한 회복이 특징이지만 이차적인 이득이 있을 경우 오래 끌기도 한다.

② 해리성(解離性) 둔주(遁走) -「아내」의 유동근
자신의 과거나 이름, 신분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여 가정이나 직장을 떠나 방황하는 행동을 보이는 장애이다. 자신이 기억을 상실한 것을 모르고 새로운 신분을 가지기도 하며 대개는 남들의 눈에 띠지 않고 조용히 고립되어 살아가지만 때로는 난잡하거나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강한 갈등 상태, 전쟁시 또는 천재지변 같은 때에 잘 나타난다.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으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심리적인 동기를 가지며, 우울증, 자살기도, 물질남용 등과 관계 있을 때가 많다. 짧게는 수 시간에서 수 년간 나타나며 자연적으로 신속하게 회복된다. 정신치료나 최면술 등이 기억회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