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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테러에 대비한 의료지원

내용

• 테러란 정치적, 이념적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군사용 가스나 미생물에 의한 테러의 위험성이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 폭탄에 의한 테러가 가장 많다. 이번 미국에서의 비극적 테러는 많은 민간인이 탑승한 비행기를 폭탄으로 이용하여 많은 사람이 모인 고층건물을 공격하는 새로운 테러의 형태를 보여 주었다.
  
  

  테러에 의한 피해자는 한 순간에 수백, 수천 명이 넘을 수 있지만 의료인을 포함한 의료자원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료수요와 의료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테러현장에 대한 의료지원의 핵심이 된다.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외부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할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되고 자원봉사자들이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재난의 현장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좋은 뜻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 경력이 필요하다.
  
  

  테러로 인한 재난의 현장에 참여하는 구조대원, 의료진은 물론 자원봉사들은 테러에서 발생되는 손상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테러로 인한 건물붕괴 재난의 경우 머리의 손상이 가장 많으며, 가장 많은 사망원인이다. 하지만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근육이나 뼈의 손상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테러가 발생하면 무너진 시설보다는 그 속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따라서 초기 재난 현장의 지원은 구조와 의료지원을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지원의 목적은 당연히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며, 피해자의 추가손상을 방지해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구조 팀에 의료진의 참여는 너무나 당연하나 우리나라의 119 구조대에는 아직 의료진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협조하여 활동하는 체계도 가지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재난 현장에는 위중한 환자도 있지만 가벼운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경상자 가운데 생명이 위급하고 불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신속히 찾아내는 방법 즉, '중증도 분류(triage)'가 성공적인 의료지원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경우 대다수의 경증환자들이 인근의 대학병원 응급센터를 차지하여 중환자들의 처치를 방해했지만 지금 뉴욕의 대형병원 응급센터에서는 가벼운 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든 구조자가 중증도 분류 체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국민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재난현장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나 경험이 부족한 구조대원, 의료진이 많은 실수를 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가 건물잔해에 오래 깔려 있는 환자에 대한 구조이다. 팔이나 다리가 건물의 잔해에 깔려 8시간 이상 경과한 경우 깔려 있던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조직이 파괴되고, 파괴된 조직 내에서 심장에 치명적인 물질이 생성된다. 이 때 아무 조치 없이 건물의 잔해를 제거해 주면 혈액이 다시 순환하면서 독성 물질들이 심장으로 유입되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이미 8시간 이상 깔려 있었던 경우 빨리 구조해 주는 것보다 의료진에 의한 신중한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테러의 경우 눈에 보이는 부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상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그 자체가 정신적 외상이 되어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정신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하며, 특히 활동기 연령층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피해 초기부터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일정 기간 후에도 악몽, 기억장애가 동반되거나 일상생활에 대한 집중곤란, 흥미상실, 무관심, 짜증, 놀람, 수면장애 등이 있을 경우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외국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국가에 대한 지원은 능력을 갖춘 국가의 경우 당연한 의무일 수 있다. 이 번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미국에 구조대의 파견을 제안하였다. 미국의 재난체계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ICS(Incident Command System)이라는 독특한 재난대응체계를 발전시킨 미국의 재난체계 속에서 우리 구조대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나름대로의 재난체계를 잘 갖추어 지진과 같이 광범위한 지역의 재난이 아닌 경우 외국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외국에서 발생한 재난에 해당국가의 재난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지원을 나갈 경우 오히려 해당국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번 미국의 참사현장에서 우리가 도와줄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재난에 지원을 하거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데 필요한 많을 것을 배울 수는 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의 소중한 경험이 사망자 몇 명 정도의 자료만 남아 있을 뿐이며, 대만 지진 등 몇 건의 해외재난에 구조대를 파견했었지만 관계된 모든 사람이 공유할 만한 자료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특히 무엇보다 소중한 의료경험에 관한 자료는 거의 전무하다. 다른 나라에서 다 겪은 실패를 우리 나라에서 귀중한 생명을 담보로 다시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만큼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를 귀중한 경험으로 남겨야 할 의무가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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